신문사 직원인 A씨는 상사이자 대학 선배인 B씨로부터 성적 농담이 담긴 카카오톡 메시지를 수차례 받았다. A씨는 불쾌했지만 이를 드러내지 못한 채 적당히 분위기를 맞췄다. A씨가 적극적인 반대 의사를 밝히지 않은 이 경우에도 B씨의 발언은 성희롱에 해당할까.
국가인권위원회의 답변은 ‘그렇다’이다.
인권위는 2018~2019년 2년 동안 시정을 권고한 성희롱 사례 34건을 모은 ‘성희롱 시정 권고 사례집 제9집’을 발간했다고 20일 밝혔다. 사례집에는 언론사, 학원 등에서 발생한 성희롱 피해 사례와 이에 대한 인권위의 판단이 담겼다.
인권위는 직장에서 노출이 있는 복장을 요구하는 것도 성희롱에 해당한다고 봤다. 어학원을 운영하는 C씨는 소속 강사 D씨에게 미니스커트와 킬힐, 진한 화장 등을 강요했다. C씨는 짧은 치마를 입은 D씨가 강의실 내 높은 의자에 앉는 자세도 체크했다. 인권위는 “직무 수행과 관련이 없음에도 과한 노출을 감수해야 하는 상황은 성적 굴욕감을 느낄 뿐 아니라 적대적이고 모욕적인 근로환경으로 성희롱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성폭력 피해자의 보호는 2차 피해 방지까지 포함한다는 판단도 담겼다. 진정인 E가 직장 상사 F에게 성추행을 당한 뒤 ‘불륜이다’ ‘진정인의 남편이 성 기능 장애가 있다’는 소문에 시달린 사건에 대해 인권위는 “피해자 보호는 단순히 가해자-피해자 분리나 가해자에 대한 징계 등 인사 조치에 머무르지 않고, 피해자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나 소문 등으로 인한 2차 피해를 막는 데까지 이르러야 한다”고 밝혔다.
인권위는 “피해자가 성희롱 사실을 알리고 문제 삼는 과정에서 오히려 부정적 반응이나 여론, 불이익한 처우 또는 그로 인한 정신적 피해 등에 노출되는 2차 피해를 호소하는 경우가 늘었고, 성인지 감수성의 측면에서 성희롱이라고 인식하는 범위가 넓어졌다”며 “성희롱 규제가 피해자의 성적 자기결정권 및 인격권뿐 아니라 노동권 및 생존권 보장에 있음을 감안할 때 피해자의 일상 회복을 위해 2차 피해를 예방하는 데 더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인권위에 접수되는 성희롱 진정사건은 2005년부터 꾸준히 증가 추세다. 2010년부터는 매년 200건 넘는 사건이 접수되고 있다. 지난해까지 시정권고가 내려진 243건의 사건을 살펴보면 성희롱 가해자와 피해자는 직접 고용 상하관계가 168건(69.1%)으로 가장 많았다. 가해자의 경우 대표자와 고위 관리자, 중간 관리자가 78.6%이고 피해자는 평직원이 77%로 가장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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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민지 기자 ming@khan.kr
August 20, 2020 at 03:18P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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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한 화장에 미니스커트와 킬힐, 직장에서 요구한 노출 복장도 성희롱이다[플랫] -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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