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핸드메이커 전은지 기자] 최근 랩스커트가 역주행을 하고 있다. 한 젊은 국회의원이 검은색 정장만 난무하던 국회에서 레드 계열 패턴의 랩스커트를 입으며 파격적인 패션으로 주목받으면서다. 해당 제품은 품절되기까지 했을 정도다.
랩스커트는 단편적으로 유행한 아이템이 아니다. 역사를 들여다보면 동서양을 막론하고, 남녀의 성별까지 뛰어넘어 입었을 정도다. 정확한 명칭은 ‘랩 어라운드 스커트(wrap around skirt)’. 한 폭으로 된 천을 휘감아서 입는 스커트를 말한다. 천 끝에는 끈이 달려있어 허리에 묶어서 옷을 고정한다.
역사 속 랩스커트
스커트의 역사를 보면 남자와 여자 모두 입었던 옷이었다. ‘현대 패션에 나타난 남성 스커트에 관한 연구(우정임, 2004)’에 따르면, 동양에서는 우리나라와 중국의 포(袍), 일본의 기모노가 대표적이다. 흔히 도포라고 알고 있는 두루마기 등을 생각하면 된다. 당시에는 옷고름으로 묶기 보다는 술띠와 같은 대(帶)로 묶었다.
여성이 입는 한복 치마도 랩스커트와 매우 유사한 형태다. 6~8폭의 치마에 어깨끈이 달려있고 한 바퀴 정도 몸에 둘러 양 끝에 달린 끈으로 묶어주기 때문이다.
서양에서는 고대 수메르인이 염소의 털이나 양의 가죽으로 만든 ‘카우나케스’라는 긴 스커트를 허리에 둘러 입은 것이 시초다. 이후에는 직물로 짜거나 동물의 가죽으로 만들어 허리에 감아 입는 방식으로 발전했다. 또한, 이 당시 스커트에는 주름이 잡힌 것이 특징이며 군인이나 귀족이 주로 입었다고 한다.
지역별로도 그 형태가 조금씩 다르다. 고대 이집트에서는 허리띠에 천이 양 옆으로 길게 내려오는 ‘로인클로스’의 일종인 앞치마 형식의 ‘쉔티’를 입었다고 한다. 그리스, 로마에서는 ‘튜닉’, ‘튜니카’라는 옷을 입었다. 이는 모직 천 2장에 목과 양팔이 들어갈 부분을 절개하고 상당과 가장자리를 모두 꿰메어 원피스 형태로 붙였다. 허리에 끈을 묶어 착용하는 스타일이었다. 플라톤, 아리스토텔레스 등 철학자들이 입었던 의상을 떠올리면 된다.
랩스커트 형태의 민속의상도 있다.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스리랑카, 인도 등 동남아시아와 아프리카에서 허리에 둘러 입는 ‘사롱(sarong)’이 그것이다. 너비가 1m, 길이가 2m에 달하며 마치 통 안에 들어가는 느낌으로 입은 뒤에 남은 부분을 허리에 끼우거나 끈으로 묶어준다. 옷감에는 다양한 문양을 넣거나 염색을 해서 화려하다. 동남아는 불교 문화이기 때문에 사원이나 왕궁에 짧은 치마나 반바지를 입은 경우 들어갈 수 없다. 때문에 관광객에게 사롱을 빌려주기도 한다.
현대의 랩스커트
요즘 여성들이 흔히 입는 랩스커트는 대체로 길이가 길거나 하늘하늘한 느낌의 폴리에스테르로 만들어진다. 입는 방식이 간편하고 시원하기 때문에 여름에 휴양지에서 많이 입기도 한다. 직사각 형태의 천에 허리에 길게 끈이 달려있으며, 허리띠 한쪽에는 구멍이 나 있는 형태다. 구멍으로 한쪽 끈을 넣어준 뒤, 치마를 허리에 한번 둘러 묶어주는 식이다.
또한 수영복에서도 흔히 볼 수 있다. 체형 보정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기 때문. 하체가 다소 통통한 체형인 경우는 하의가 랩스커트 형태인 수영복이나, 일반 수영복에 랩스커트처럼 가볍게 둘러주면 체형 커버는 물론, 여신 분위기도 한껏 뽐낼 수 있다.
생활한복도 랩스커트 형태가 많다. 기존 저고리와 치마가 분리된 형태에서 보다 편하게 입을 수 있도록 원피스 형태로 만들어지는데, 조선시대 무관들이 입었던 ‘철릭’에서 디자인을 빌려왔다. 철릭원피스라고 부르는데, 목욕가운을 입듯이 입어준 뒤 안쪽의 끈과 옆쪽의 끈을 묶어 고정시켜주면 된다. 그 위에는 철릭스커트를 덧입어 준다. 철릭스커트도 랩스커트와 비슷한 형태로 입는다. 끈을 한껏 묶어 당겨주기 때문에 허리 선이 강조되어 여성스럽다.
기존 랩스커트도 단조로운 형태를 피해 입으면 언밸런스 라인이 살아나 더욱 여성스러우며, 옷감의 종류나 패턴이 다양해 출퇴근용으로 입어도 좋다. 더욱 편리하게 입을 수 있도록 끈 없이 입을 수 있도록 랩스커트 형태로 만든 옷도 많다. 또한, 디자인 자체가 간단해서 유튜브에는 ‘랩스커트 만들기’ 영상이 가득하다. ‘쏘잉(sewing)’이 유행하는 것처럼 원하는 색이나 패턴의 천이 있다면 따라 만들어봐도 좋겠다.
편하고 독특한 디자인에 그냥 입어왔던 랩스커트인데 역사 속에도 비슷한 형태가 있을 정도로 오래된 옷이라고 하니 느낌이 다르다. 거리에서 랩스커트를 입은 사람을 만나게 되면 ‘저 사람은 패션의 역사를 아는구나’하고 느낄 정도로. 다만, 주의할 점은 바람이 불거나 뛰게 되면, 절개선 사이로 다소 민망한 상황이 연출될 수 있다. 랩스커트가 있다면, 이 여름 멋지게 허리에 둘러주자. 요즘 트렌드를 모두 갖춘 ‘뉴트로 인싸’가 되어있을지도 모른다.
August 13, 2020 at 08:16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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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행은 역주행 중...여름의 시원함을 담은 랩스커트 - 핸드메이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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